근성있고 깐깐한 이미지의 연기자 천호진. 게다가 그의 부친은 유명 프로레슬러인 천규덕이다.
천호진에게서 끈질기고 만만찮은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첫 인상은 이미지 그대로였다. 날렵한 흰 줄무늬의 짙은 양복에 흰 셔츠, 손목에 완벽하게 고정된 시계, 바싹 조여맨 검정구두의 끈.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을 무겁게 압박하는 강렬한 시선과 단어를 곱씹어서 토해내는 듯한 질긴한 말투.
아니, 그런데.... 조금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니 그게 아니다.
줄무늬 양복은 말쑥했지만 새 것은 아니고, 신발은 반짝 윤이 났지만 십 년의 세월이 묻어나는 과거 스타일,
양말도 양복색과 조금 어긋나는 거뭇한 청색이고, 백색의 셔츠도 숨구멍을 열어놓은 듯 목부분이 열려 있다.
게다가 노타이 차림.... 치밀하고 틈이 없어 보이던 천호진이 허술한 부분을 슬그머니 노출하고 있었다.
막상 입을 연 천호진은 다짜고짜 인터뷰를 싫어한다고 밝혔다.
'배우는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영화사측에서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가 될거라 잘라 말한다.
자신은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포즈도 취하기 힘들고, 영 어색하다며 사진도 따로 찍지 말라고 했다.
천호진은 튼실한 성벽처럼 머릿속에 굳건하게 들어서 있는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빈틈없고 완고한 그의 발언과 상반되는 평범한 의상이 이해되었다.
스크린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 굳이 말쑥하고 세련된 의상을 차려입고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
천호진의 생각대로라면 배우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는 걸로 충분하다.
그런데 연기자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본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인지에는 고개가 갸우뚱~
일반인에 비해 많은 수입과 권력, 그리고 인기를 부여 받는 연예인, 더군다나 오랜 연기 생활을 한 고참 연기자로서는 몇가지 덕목이 빠져있다는 생각도 절로~
2007. 2. 23 사간동 갤러리유에서
http://humanphoto.blogspot.kr/2007/06/blog-post_3575.html